Project Description

선교사 김희선 씨는 10년 전 당뇨 판정을 받았다. 고혈압으로 10년 동안 약을 복용하고 있던 그녀는 정기 진료를 위해 평소와 다름없이 병원을 찾았다가 혈당이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고혈압과 당뇨는 친구라지만, 고혈압으로 고생하며 꼬박꼬박 혈압약을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김희선 씨에게는 큰 고역이었다.

약을 먹는 것이 유난히 고통스러웠던 김희선 씨. 그녀가 병원으로부터 당분간 약을 먹지 말아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발성 유방암이 발견된 것이다. 병원에서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하기 위해선 당뇨약과 혈압약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을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눈앞이 깜깜했다.

8번의 항암치료와 38번의 방사선치료를 받는데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치료 후 얻은 것은 갑상선과 자궁으로 퍼진 암세포였다. 치료를 받아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이렇게 병실에서 죽어가는 것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김희선 씨는 미얀마로 선교를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2013년 미얀마로 떠난 김희선 씨는 그곳에서 모든 치료는 접어두고 선교 생활에 충실했다. 당뇨약이나 혈압약도 일절 먹지 않고 그냥 평범하게 지냈다고 한다. 미얀마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의 문화와 노래 율동을 가르치며 매일매일 행복하게 보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일상생활에 문제없이 건강을 유지하며 잘 먹고 잘 지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비자 갱신을 위해 한국에 들어와서 지내던 중 문제가 일어났다.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지게 된 것. 혹시 암이 재발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불안하고 초조했다. 이제 끝인 것만 같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이제 다시 미얀마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미얀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 생각에 괴로웠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암이 문제가 아니었다. 기적처럼 암세포는 몸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당뇨와 고혈압이 뇌졸중을 일으킨 것으로 병원은 판단했다. 그동안 복용을 중단했던 당뇨약과 혈압약을 다시 먹어야 했고, 재활을 위해 7개월간 입원생활을 해야 했다.

입원과 동시에 입맛이 사라져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게 된 김희선 씨. 병원에서도 당뇨환자라며 저염식 저열량의 식단으로 식사를 준비했다. 매일 한 움큼씩 먹는 약 때문인지 속이 좋지 않아 그녀는 밥 한 톨도 넘기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식사를 할 수 없어 미숫가루나 과일 같은 보조 식품으로 겨우 끼니를 해결했다. 먹는 것을 좋아해 늘 든든하게 챙겨 먹어야 했던 그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65kg까지 나갔던 몸무게가 57kg로 살이 쑥쑥 빠졌다. 제대로 먹질 못하니 기력이 없어 10분 이상 걷기도 힘들었다.

암도 이겨낸 그녀인데 당뇨와 혈압으로 발목을 잡히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먹기 싫던 약을 매일매일 꼬박꼬박 챙겨 먹어가며 겨우 버텼다. 그러던 중 친한 지인으로부터 인슐린펌프 치료에 대해 듣게 되었는데, 일단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그녀는 눈이 반짝했다고 한다.

약이 먹기 싫다면 인슐린주사도 있는데 왜 굳이 약을 먹으며 고생을 했을까? 김희선 씨는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던 중 인슐린주사를 오래 맞아 복부 피부에 괴사가 온 환자를 봤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나니 인슐린주사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고,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은 더 무서운 일이 되었다.

“그런데 인슐린펌프는 정말 간단해 보이더라고요. 거기다 인슐린펌프 치료를 하고 있는 지인들이 정말 하나같이 모두 건강해 보여서. 건강해질 수만 있다면! 내가 못할 게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바로 다음날 당장 병원에 찾아갔죠.”

입원 당시 김희선 씨의 혈당 수치는 140mg/dl. 그렇게 높은 수치는 아니었다.

“혈당 수치 자체는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건강이 너무 안 좋았어요. 제가 생각해도 제대로 먹지도 않고 당뇨약을 먹으니 혈당은 당연히 높지 않게 나오겠죠.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 몸이 나빠지고 있다는 게 너무 느껴졌어요. 기력도 없고 의욕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으니까요.”

인슐린펌프 치료를 시작하고 가장 놀랐던 것은 식사였다. 당뇨환자라고 하면 늘 조금 먹어야 한다. 고기는 먹으면 안 된다. 절제된 식사를 권유받았던 것과는 달리 영양이 풍부한 일반식을 섭취할 수 있었다.

“먹는 거! 먹는 게 일단 가장 좋더라고요. 이렇게 제대로 된 식사를 얼마 만에 하는지 몰라요. 처음에는 불안했죠. 다들 못 먹게 하는데 이렇게 먹어도 괜찮은 걸까? 그런데 충분하게 영양분이 공급되니까 몸이 살아나더라고요. 기력이 회복되고 내 몸에 에너지가 채워지는 게 느껴져요. 예전에는 10분만 걸으면 지쳐서 주저앉았는데 이제는 천천히 1시간도 넘게 걷습니다. 그렇게 하루 3번 꼬박꼬박 운동을 하고 있어요.”

이제 돌아오는 10월이면 다시 미얀마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김희선 씨. 걱정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했던 계획은 이제 희망으로 가득 찼다. 건강이 회복되니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넘친다.

“인슐린펌프로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정말 온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늘 희망을 갖자 희망을 갖자 생각해도 사실 쉽지 않았거든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불안을 이길 수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저는 정말 희망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에요. 얼른 미얀마로 돌아가서 해왔던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고, 우리 친구들의 행복한 얼굴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당뇨약을 먹으며 일시적으로 혈당을 낮추는 것이 아닌 췌장이 회복되고 건강이 회복되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김희선 씨. 아직 인슐린펌프를 알지 못하고 당뇨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꼭 인슐린펌프를 전하고 싶다고 한다.

“인슐린펌프는 사람을 살리는 치료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제 미얀마로 돌아가서 거기 있는 당뇨환자한테 꼭 말해줄 거예요. 살고 싶으면 인슐린펌프 치료를 하고, 죽고 싶으면 그냥 그대로 있으라고. 인슐린펌프는 정말 희망 그 자체입니다.”